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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중드 순위 포스팅을 하며 1위 자리에 올려두고도 정작 상세 리뷰는 쓰지 않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중국어 공부를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중드를 챙겨보기 시작하기 전에, TOP 1이라는 타이틀에 끌려 호기심으로 봤던 작품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세련된 상하이를 배경으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른을 살아내는 세 여자의 이야기

희노애락을 고루 담아낸 이 드라마를 어떤 시선으로 보면 좋을지 정리해봤습니다.

겨우 서른 포스터겨우 서른 포스터2

 

부작수 총 43부작
OTT 넷플릭스, 왓챠 



1. 첫 번째 인물, 구자

녹차밭에서 구자사무실에서 구자

상하이에 번듯한 아파트를 갖고 있고, 아들의 교육을 위해 이사도 서슴지 않으며, 아파트 내 '사모님'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음식도 하고 신발도 벗어드리는 인물.


구자는 그야말로 FM 그 자체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공법으로 돌파하고, 해결되지 않는 일도 총대를 메고 마무리 짓는 인물이죠.
그런 그녀의 서사가 어두워지는 건 후반부, 남편의 외도가 드러나면서입니다. 함께 사업을 일구고 아이를 키워온 아내가 아니라, 본인보다 어리고 미숙한 신입 직원에게서 위안을 찾는 남편을 보면서 그 열등감의 방향이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현실적이라 더 씁쓸했습니다.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구자가 열심히 살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혼이라는 사건 자체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종의 삼중 추돌 사고 같은 거라고. 노력 여부와 무관하게 찾아오는 삶의 굴곡이 더 서늘하게 다가왔던 인물이었습니다.


2. 두 번째 인물, 왕만니

왕만니왕만니의 남자친구

첫 씬부터 존재감이 남다릅니다. 이른 시간에 찾아온 고객을 위해 기지를 발휘해 주차를 돕고, 자연스럽게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센스 있게 보조하는 모습 — 세 인물 중 가장 먼저 '이 사람, 매력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인물입니다.


섬세하고 분위기를 잘 읽고, 셋 중 유일한 미혼으로 미혼에서 오는 불안과 불안정함도 있지만 동시에 가장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죠.
그녀의 터닝포인트는 중반부에 만나는 능력 있는 남자친구인데, 사실 그는 오래된 연인이 있었고 왕만니를 그 사이 어딘가쯤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사교 클럽 자리에서 '여자들끼리의 대화'에 적당히 맞춰주기를 기대했던 남자친구와의 결이 맞지 않음이 드러나면서 그녀는 결국 이별을 택하고 새로운 배움의 길로 나아갑니다.


예전엔 흔들리지 않고 강한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흔들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멋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그게 그녀가 결국 낯선 곳으로 향해 새로운 도전을 택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세 번째 인물, 중사오친

중사오친과천위중사오친과 천위 2

셋 중 가장 해맑고 밝아 보이지만, 어딘가 묘한 우울감이 배어있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갈등은 아이를 원하는 남편 천위와의 온도 차에서 시작됩니다. 아직 본인의 삶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데 아이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그녀와, 가정을 완성하고 싶은 남편 사이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죠. 결국 그 간극은 이혼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중사오친이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자기 자신과 더 깊이 마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를 쓰기 시작하고, 그 글이 인터넷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 나가거든요. 결말에서는 전 남편과 재결합하고 작가로도 자리를 잡으며, 셋 중 가장 조용하고 잔잔한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처음엔 가장 평범해 보였던 인물이, 어쩌면 가장 큰 성장을 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관전 포인트

사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감이 생각보다 꽤 큰데, 어릴 때는 서른쯤 되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믿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여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 괴리가 은근히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ㅎㅎ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꽤 정직합니다. 결혼과 이혼, 커리어 전환, 직장에서 다시 배우는 자리로의 이동까지 — 서른을 기점으로 맞닥뜨리는 터닝포인트들을 세 인물의 결이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거든요.


어느 한 방향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좋은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다시 세워나가는 그 과정을 보며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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