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독 | 낸시 마이어스 |
| 출연진 |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
| 평점 | 9.04 (네이버 평점 기준) |
| 개봉일 | 2015.09.24 |
1. 인턴 줄거리 : 열정과 관록의 기분 좋은 만남
영화 <인턴>은 현대 사회의 역동적인 스타트업 문화와 전통적인 관록의 만남을 우아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어바웃 더 핏(About the Fit)'을 단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젊은 CEO 줄스(앤 해서웨이 분)가 있습니다. 그녀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에 매진하는 완벽주의자이자 일중독자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너무나 급격하게 성장한 탓에 투자자들로부터 전문 경영인(CEO)을 영입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게 되고, 줄스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를 타인에게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혼란에 빠집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 70세의 나이에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입사한 벤(로버트 드 니로 분)이 등장합니다. 은퇴 후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다시 일터로 돌아온 벤은 스마트폰보다 아날로그 수첩과 손수건이 익숙한 세대입니다. 처음에 줄스는 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불편해하고 거리감을 두지만, 인생의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벤은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는 고집스러운 어른이 아닌, 깊고 고요한 지혜를 가진 관록의 선배로서 묵묵히 줄스의 곁을 지킵니다. 영화는 사장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고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 줄스가 벤의 따뜻한 조언과 지지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히 상사와 부하 직원을 넘어, 세대를 초월한 진정한 우정과 인간애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깊은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2. 잊을 수 없는 명장면 : "당신보다 이 회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뭉클하고 인상적인 지점은 전문 경영인 영입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던 줄스가 벤으로부터 진심 어린 인정을 받는 장면입니다. 줄스는 마음에 드는 CEO 후보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망설이며, 자신이 경영자로서 부족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합니다. 이때 벤은 줄스에게 조용하지만 묵직한 일침을 가합니다. 그는 줄스가 단순히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명령만 내리는 사장이 아님을 상기시킵니다. 직접 물류 창고(Warehouse)로 달려가 고객에게 전달될 박스의 포장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고, 포장법을 모르는 직원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정성을 쏟던 줄스의 열정을 그는 곁에서 지켜보았던 것입니다.
"당신보다 이 회사를 사랑하고 잘 아는 사람을 찾기는 정말 어려울 것입니다."라는 벤의 말은 단순한 칭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벤은 화려한 미사여구나 감언이설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줄스가 실제로 투자해 온 성실한 시간과 진심 어린 노력을 가장 가까운 목격자로서 묵묵히 지켜봐 왔고, 그 팩트들을 있는 그대로 나열해 줍니다. 본인이 일궈온 사업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온전한 '인정'을 받는 그 순간, 줄스는 비로소 타인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의 확신을 얻으며 한 단계 더 성장합니다. 이는 관객들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누군가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성과나 수치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 녹아있는 진심의 결을 읽어줄 줄 아는 어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화면 너머에서 거대한 위안을 얻게 됩니다.
3. 관전 포인트: 우리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어른'의 품격
영화 <인턴>의 진정한 묘미는 벤이라는 인물이 줄스 개인을 넘어 사무실 내 다른 젊은 직원들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에 있습니다. 벤은 소위 말하는 '꼰대'가 아닙니다. 그는 결코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권위적으로 명령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방의 고민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꼭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위트와 관록이 묻어나는 조언을 건넵니다. 서투른 연애 고민부터 업무적인 스트레스까지, 벤은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조직 내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자처합니다. 이처럼 지혜로운 어른이 한 사회나 조직의 중심을 잡아줄 때 그 분위기가 얼마나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조망하는 것이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4년 차 직장인으로서 치열한 사회생활의 파도를 넘다 보면, 때로는 나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고립감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벤과 줄스의 관계를 보며 저는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나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믿고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벤과 같은 든든한 멘토가 내 옆에 있기를 갈망하기 전에, 나 또한 후배나 동료들에게 그런 따뜻하고 성숙한 시선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분 좋은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습니다. 자극적인 갈등이나 악역 없이도 보는 내내 입가에 편안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 영화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과 청년들에게 바치는 가장 다정한 위로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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