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독 | 크레이그 길레스피 |
| 출연진 | 엠마스톤, 엠마 톰슨, 마크 스트롱 |
| 평점 | 9.22 (네이버 평점) |
| 개봉일 | 2021.05.26 |
1. 관습을 파괴하고 전설이 된 이름: 크루엘라의 줄거리와 배경
영화 <크루엘라>는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티안> 속 악역인 '크루엘라 드 빌'의 탄생 비화를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흑백이 반반 섞인 독특한 머리색과 남다른 천재성을 지닌 소녀 '에스텔라'(엠마 스톤 분)의 유년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창의적이지만 반항적이었던 에스텔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런던으로 흘러 들어와, 거리의 좀도둑인 재스퍼, 호러스와 함께 가족 같은 유대감을 형성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뜨거운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런던 패션계의 절대 권력자이자 냉혹한 천재 디자이너인 '남작 부인'(엠마 톰슨 분)의 눈에 든 에스텔라는 꿈에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과 남작 부인의 브랜드에서 일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 그녀는 자신의 과거와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다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순종적이고 성실했던 '에스텔라'는 죽고, 억눌러왔던 광기와 천재성을 폭발시키는 파격적인 자아 '크루엘라'가 깨어납니다. 영화는 크루엘라가 남작 부인이 쌓아 올린 견고한 패션 제국에 균열을 내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아우라로 세상을 뒤흔드는 과정을 화려하게 그려냅니다.
2. 잊을 수 없는 명장면: 패션이 무기가 되는 압도적 카타르시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크루엘라로 '흑화' 이후 후미에 크루엘라가 남작 부인의 공식 행사에 예고 없이 나타나 그녀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련의 '패션 게릴라 퍼포먼스' 장면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남작 부인의 성대한 파티장 앞에 쓰레기 수거차를 몰고 나타나, 수십 미터에 달하는 화려한 드레스를 펼치며 쓰레기 더미 위에서 당당히 포즈를 취하는 장면입니다. 남작 부인이 고수해 온 우아함과 격식을 비웃듯, 크루엘라는 '쓰레기'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대중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도면밀하고 소름 끼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장면은 단연 남작 부인의 야심 찬 쇼를 망가뜨린 '나방 복수극' 시퀀스입니다. 남작 부인의 보조로 일하며 그녀의 신뢰를 얻은 에스텔라는 쇼의 핵심인 메인 드레스 제작을 전담하게 됩니다. 그녀는 드레스 전체를 촘촘하게 뒤덮는 화려한 금장 장식들을 직접 수놓으며 남작 부인의 찬사를 받지만, 사실 그 금장 장식들은 단순한 보석이 아닌 살아있는 나방의 '번데기'였습니다.
쇼가 시작되기 직전, 귀중품이 보관된 금고를 열었을 때 벌어지는 광경은 압권입니다. 금고 안에서 잠자고 있던 수천 마리의 번데기들이 일제히 부화하며 나방이 되어 화르르 날아오르는 순간, 남작 부인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공포가 뒤섞입니다. 자신의 완벽한 쇼를 위해 에스텔라의 재능을 마음껏 착취했다고 믿었던 그녀에게, 그 재능이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죠. 특히 에스텔라를 은연중에 의심하며 날을 세우던 남작 부인이,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드레스가 나방에 의해 처참하게 갉아 먹힌 것을 목격하는 장면은 형용할 수 없는 시원함을 안겨줍니다. 이는 단순히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상대의 가장 자부심 있는 지점을 정확히 타격하여 무너뜨리는 에스텔라의 주도면밀한 설계가 빛을 발한 '산파극'의 정점이었습니다.
3. 관전 포인트: '내안의 목소리를 묵살하지 않고, 생동력을 지키는 삶'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는 주체적인 주인공들에게 매료되는 순간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영화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있다는 사실인데, 마치 주인공이 되어 영화를 쫓아가다 보면 저 또한 덩달아 그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끼곤 합니다.
서커스에서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일정기간 발목을 묶어두면 코끼리는 나중에 밧줄을 풀어줘도 도망칠 수 없다고 학습되어 제자리를 지킨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크루엘라 역시 화려한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 리버티 백화점의 많은 청소부 중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크루엘라는 '청소부'로 스스로의 역량을 한정 짓지 않고, 내면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동하면 언제든 실행에 옮기는 그 '생동력'은 보는 이들에게 잊어버렸던 열정을 되새겨줍니다.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내 안의 목소리를 묵살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에게 꿈꿀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평소 돈을 버는 일이나 나의 주변 환경을 쾌적하고 깔끔하게 세팅하는 일도 결국 나를 사랑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루엘라처럼 단단한 자아를 지키며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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