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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왜 주담대(모기지)보다 증시부터 흔드는지 정리했습니다.

 

모기지가 10년물 국채금리에 연동돼 있어서, 기준금리보다는 채권시장과 증시가 먼저 흔들린다는 게 핵심이었는데요. 한국은 바로 '부동산'이 떠오르죠.  같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헤드라인인데, 두 나라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그림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한국 주담대는 대부분 변동금리다
한국 신규 주담대의 68%는 변동금리입니다. 대부분 코픽스(COFIX)라는 지표에 연동되는데, 이건 은행이 돈을 조달할 때 (예금, 적금, 금융채) 드는 평균 비용을 뜻합니다. 은행 입장에서 "자금을 모으는 데 드는 원가"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도 고객에게 주는 예금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안 그러면 예금이 다른 은행으로 빠져나가니까요). 그러면 은행의 자금 조달 원가, 즉 코픽스도 같이 오르고, 그게 그대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그달 새로 들어온 예적금만 반영해서, 기준금리 변화에 유독 빠르고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그럼 미국 처럼 고정금리로 하면 안 될까 싶은데요. 지금 고정금리 비중이 12년 5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진 이유는, 사람들이 안정성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지금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훨씬 비싸서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6년 7월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76%, 변동형은 연 4.35%입니다. 8개월 연속 오르기만 한 고정 금리를 볼 때,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이려면 사실상 변동금리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당장 눈앞의 금리 차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변동금리를 택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게 미국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입니다. 미국은 30년 내내 고정금리가 표준이라 한번 낮은 금리로 들어가면 이후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영향을 안 받는 "락인"이 가능한데, 한국은 변동금리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실시간으로, 그리고 대다수 가계에 곧바로 전달됩니다.


한국은 부동산이 가계 자산 증식의 핵심인데 미국은? 
한국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은 64.5%인데, 미국은 32%에 그칩니다. 일본(36.4%)과 영국(51.6%)보다도 한국이 확연히 높은 수준입니다. 자산 상위 1%로 좁히면 격차가 더 벌어져서 한국은 79.4%, 미국은 13.1%로, 여섯 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반대로 금융자산 비중은 미국이 67%, 한국은 35.6%에 불과합니다. 한국 금융자산 중에서도 현금·예금이 46.3%나 차지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서는 비중 자체가 낮았습니다. 반면 미국은 금융자산 중 주식·펀드 등 투자상품 비중이 56%가 넘습니다.

다만 이걸 모기지 구조 하나로 설명하긴 어려웠습니다
처음엔 "한국은 변동금리라 금리 민감도가 높아서 부동산에 덜 쏠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는 정반대였습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모기지 구조는 오히려 부차적인 변수였고 다른 요인들이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는 목돈을 지렛대 삼아 사실상 레버리지를 낀 부동산 투자(갭투자)를 가능하게 합니다. 미국엔 없는 구조이고, 오직 세입자 보증금을 담보로 집주인이 목돈을 굴리는 이 제도 자체가 한국 부동산 시장의 독특한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자체가 낮아서, 위험한 투자보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실물 자산인 부동산을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인식도 강했습니다. 주식은 하루아침에 반토막 날 수 있지만, 집은 적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감각이 그 밑에 깔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좁은 국토에 인구와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다는 공급 제약도 물론 한몫했습니다. 모기지 구조 하나만으로는 절대 설명이 안 되는, 여러 겹의 제도와 문화가 겹쳐서 만들어진 결과였던 셈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미국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모기지보다 기업 대출과 증시가 먼저 흔들리고, 한국은 기준금리가 오르면 내 집 대출 이자가 먼저 흔들립니다. 같은 통화정책 도구인데, 파장이 퍼져나가는 첫 번째 경로 자체가 다른 셈입니다. 같은 뉴스 헤드라인이라도, 한국인은 반사적으로 "내 대출 이자"를, 미국인은 반사적으로 "내 주식 계좌"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어느 자산에 돈이 묶여 있느냐에 따라, 같은 금리 뉴스도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