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지친 날이었습니다. 엑셀이 한번 꼬이니까 그 뒤로 작업이 계속 풀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침엔 별문제 없어 보였던 파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셀 하나하나가 다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곳을 고치면 다른 곳에서 또 이상한 숫자가 튀어나오는 식이라,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시간이 한참 이어졌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엑셀을 그냥 붙들고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손을 거쳐간 자료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 인식이 생각보다 오래간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한 번 그런 꼬리표가 붙으면, 다음번엔 제가 아무리 꼼꼼히 봐도 상대가 한 번 더 검산하려 드는 걸 겪어봤으니까요. 그래서 완성도에 문제가 있을 걸 뻔히 알면서 그대로 자료를 넘길 수는 없..
9월 14일 월요일부터 17일 목요일까지, 나흘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미팅 자리마다 가격 얘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가격인상 언급에 방어적인 고객사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기도 한데, 어떤 고객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무실 구매부에 전화를 걸어 경쟁사 가격을 확인시켜 줬고, 어떤 곳은 위챗으로 받은 견적을 그대로 화면에 띄워 보여줬습니다. 가격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무력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걸 눈앞에서 마주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격만 갖고 맞대응했다면 저는 이미 진 싸움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금요일,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공급사가 가격 인상 공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며칠 전, 수요일과 목요일에 만났던 고객들은 저에게 "그 공급사는..
정보 플랫폼 회사의 리포트를 구독하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애널리스트와 직접 회의를 하면서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제 중국어가 완벽하지 않다 보니, 상대측에서는 영어가 가능한 담당자를 붙여서 회의를 진행해 왔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분이 아무래도 해당 업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고, 영어도 그리 유창하지 않아서, 통역이 다 전달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계속 있었습니다. 저는 듣기는 어느 정도 되는 편이라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대체로 이해가 되는데, 정작 말하는 건 원활하지 않아서 소통이 막힐 때마다 중국어를 섞어 쓰곤 했어요. 결국 제 중국어 미숙함과 상대측 통역의 미숙함이 겹치면서, 회의는 늘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곤 했습니다.. 한 시간을 목표로 했던 회의는 쉬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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