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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지친 날이었습니다. 엑셀이 한번 꼬이니까 그 뒤로 작업이 계속 풀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침엔 별문제 없어 보였던 파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셀 하나하나가 다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곳을 고치면 다른 곳에서 또 이상한 숫자가 튀어나오는 식이라,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시간이 한참 이어졌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엑셀을 그냥 붙들고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손을 거쳐간 자료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 인식이 생각보다 오래간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한 번 그런 꼬리표가 붙으면, 다음번엔 제가 아무리 꼼꼼히 봐도 상대가 한 번 더 검산하려 드는 걸 겪어봤으니까요. 그래서 완성도에 문제가 있을 걸 뻔히 알면서 그대로 자료를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다음 날 다시 와서 해보는 게 리프레쉬되어 제일 좋은 방법인데요. 하루 자고 나서 보면 어제는 안 보이던 실수가 눈에 딱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내일은 추석 연휴였고, 원래 다음 주 제출이었던 자료가 오늘로 급하게 당겨져 있어서 그럴 여유 자체가 없었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도 월말까지 일자가 꽤 남아있는 상황이라, 마감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그만큼 더 많았고 교차 검증해야 할 것도 늘어났습니다. 연휴 동안 환율이 또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한 달에도 자주 흔들리는 시기엔, 30원 차이가 곧 1억 원 차이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최초로 뽑았던 자료에서 원화 매출액이 억 단위로 어긋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머리가 다시 거꾸로 뻗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숫자 그대로 보고가 올라가며 어쩔 수 없었다고 무마하기엔 스스로 그 상황을 허락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주어진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꼬인 부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짚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화별 환율과 일자별 환율이 잘못 들어간 셀을 하나씩 확인해서 고쳤고, 전략팀에 직접 가서 환율 추이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물어본 뒤, 오차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료를 완성했습니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는 있어도, 적어도 어디가 왜 틀릴 수 있는지는 설명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두고 싶었습니다.
퇴근 준비를 하던 동료 한 명이 지나가다 제 모니터를 보고는, 누군가는 다들 추석 전 조금 여유를 갖고 보내는데 저만 이렇게 일하면 억울하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었습니다. 다들 "연휴 잘 보내라"며 오가는 덕담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옆자리에서 하나둘 짐을 챙기고 나가는 걸 보면서, 저도 그냥 이 정도면 됐다고 하고 자리를 정리하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검산을 두 번째 돌리고 있을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케파가 10이라고 할 때, 7~8 정도로 유지하는 사람을 두고 불평만 하다가 저도 그 수준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태도를 견딜 것인가. 둘 다 편하지 않은 선택이지만, 결국 저는 후자를 견디지 못해서 이 선택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너지를 줄이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그다음엔 제가 만든 결과물을 볼 때마다 스스로 불편해질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은 모든 경험은 결국 저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오늘 알게 된 것도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통화별 환율 셀이 어디서 자주 꼬이는지, 전략팀에 뭘 물어봐야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는지, 오차를 어디까지 줄이면 충분한지에 대한 감각 같은 것들이요.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는 당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는 오늘만큼 헤매지 않게 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풀리지 않는 날, 그 안에서 부딪히며 알게 되는 작은 경험들이 쌓여서, 결국 다음번엔 같은 일을 더 나은 방식으로,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게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힘들었지만, 그 힘듦이 그냥 지나가는 하루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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