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8년 전에 대출을 최대로 받아서라도 사야 하는 걸까. 

어차피 내 집 마련을 살면서 최소 한 번은 해야 하는 건데, 키 맞추기, 세제개편, 공급절벽, DSR까지, 부동산 구매를 어렵게 하는 소식들을 접하다 보면 시장이 더 이상 불리해지기 전에 매매를 완료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기울면서도요. 주식처럼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란 어려우니 거시경제 추이를 지켜보면서 그냥 차근히 준비를 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뭐든 개편으로 인한 여파는 단기적인 것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오늘은 그동안 따로따로 확인해 온 조각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이 질문에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지금 시장은 위로 미는 힘과 아래로 미는 힘이 동시에 있습니다

성북·강북·구로 같은 외곽·중저가 지역이 두 자릿수 상승률로 서울 중위가를 따라잡는 키맞추기가 이어지는 동안, 정작 강남 3구는 5주 연속 하락하며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한 쏠림이 아니었습니다. 8·3 세제개편 이후 25억 원 초과 주택은 대출 한도가 최대 2억 원으로 묶였습니다. 고가주택일수록 현금 부담이 커지니 매수세가 빠지고, 반대로 대출 여력이 있는 중저가 지역엔 실수요가 몰린 겁니다. 대출 규제 하나가 지역 간 상대가격을 재조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같은 서울이라는 이름 아래,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7~2028년, 매물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2027년에 가장 낮고, 2028년엔 다시 오르며, 2029년 원상복구됩니다. 2027년이 사실상 "팔기 좋은 마지막 타이밍"인 셈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던질 이유가 사라지면서 매물이 급격히 줄 수 있고, 여기에 2029년 장특공제 개편(실거주 중심, 10억 캡)까지 겹치면 매물 잠김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위험이 있습니다. 팔 이유는 사라지는데 살 사람은 계속 대기 중인, 공급이 스스로 조여드는 구조입니다.

공급도 동시에 절벽 구간에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로 서울+경기 아파트 착공 물량을 보면, 2022년 116,393가구(-31%), 2023년 93,725 가구로 20년 통계 중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통상 2~3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이 감소가 2024~2025년 준공 물량 하락(144,963→134,946)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2024~2025년 착공이 각각 121,265 가구, 135,605 가구로 반등한 만큼, 2026~2027년엔 준공도 다시 늘어날 여지가 있어 이 흐름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런데 2022년과 지금은 매수자의 체력이 다릅니다

2022년의 폭락은 제로금리 시절 DSR 없이 무리하게 대출받은 이른바 영끌이 금리 급등에 무너진 결과였습니다. DSR 40% 규제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전면 확대됐습니다. 그 이후 대출을 받은 사람은 애초에 상환 능력이 검증된 상태에서 산 것이라, 금리가 더 올라도 2022년처럼 감당 못 할 이자에 떠밀려 패닉셀링에 몰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입니다. 다만 신규 매수자의 대출 여력 자체가 계속 줄어들 수 있다는 반대 리스크는 남아 있습니다. 기존 대출자는 버티지만,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줄어드는 구조라, 거래량 자체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합니다. 실제로 강남 3구에서 매물이 20% 넘게 늘었는데도 거래량 자체는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게, 이 대출 여력 축소가 실거래에 반영되기 시작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가격이 당장 급락할 근거는 약해 보입니다. 공급 절벽, 매물 잠김 우려, 낮은 패닉셀링 가능성까지 세 가지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다만 "무조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강남 하락이 보여주듯, 가격대에 따라 흐름이 정반대로 갈리는 비대칭성이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무리해서 최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가는 시장 전체의 방향보다, 그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개인의 상환 능력 안에서 움직이느냐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언제 사야 하는가"보다 "어떤 조건에서 사도 버틸 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게, 이 조각들을 다 모아본 뒤 남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