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영업이야기] 가격인상 추진 그 후 - 미리 알리는 게 결국 신뢰였다
thenegotiator 2026. 9. 19. 22:509월 14일 월요일부터 17일 목요일까지, 나흘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미팅 자리마다 가격 얘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가격인상 언급에 방어적인 고객사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기도 한데, 어떤 고객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무실 구매부에 전화를 걸어 경쟁사 가격을 확인시켜 줬고, 어떤 곳은 위챗으로 받은 견적을 그대로 화면에 띄워 보여줬습니다. 가격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무력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걸 눈앞에서 마주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격만 갖고 맞대응했다면 저는 이미 진 싸움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금요일,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공급사가 가격 인상 공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며칠 전, 수요일과 목요일에 만났던 고객들은 저에게 "그 공급사는 9월엔 가격 인상 안 한다더라"며 이틀 연속 같은 얘기를 전해왔습니다. 정보지에서도 10월 중순 이전엔 인상이 추진될 거라 봤던 터라, 금요일 발표를 보자마자 "아, 이거였구나" 하는 쾌감이 들었습니다. 인상 폭도 저희가 예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발표를 보자마자 움직였습니다. 그동안 논의만 오가던 몇몇 거래선과의 인상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했고, 공문을 그대로 고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예상이 맞았다는 확신이 있으니 협상 테이블에서의 태도도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바로 메일로 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체감한 건, 공급사마다 원가 구조가 다르더라도 결국 비슷한 원재료 압박을 받고 있으니, 원재료 인상 폭 자체로 인상 시기와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을 예측한다는 게 대단한 촉이 아니라, 이런 숫자를 꾸준히 따라가는 문제였다는 걸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그리고 더 크게 와닿은 건 따로 있었습니다. 가격 인상이 고객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인상 신호가 보이는 순간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이 움직이는 건 결국 이런 신호들이 모인 결과였습니다. 지난번엔 시장이 인상 모멘텀으로 돌아섰을 때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고객도 저희도 충격이 컸습니다. 두 달 연속 물량이 빠지고,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에 고객 불만도 쌓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신호가 왔을 때 미리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폭으로 무조건 사라"는 게 아니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영업사원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미리 언질을 받았던 고객들의 반응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갑작스럽다는 반발보다,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먼저 돌아왔습니다. 이걸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게,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출장이 특별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돌아오기 전, 팀장님이 저희를 불러해 주신 말씀도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영업사원은 매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고객이 이 사람을 만나고 싶어야 하는데, 그 매력은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 데서 나온다. 뭘 원하는지 알려면 궁금증과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장 정보를 적시에 알려주는 것도, 상대가 원하는 걸 파악해 거기 맞춘 걸 제공하는 것도 다 그 연장선이다. 그리고 이건 내부에서 먼저 연습해야 한다. 하루 8시간을 함께 있는 동료와 팀장, 상무, 대표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30분 남짓 만나는 미팅에서 어떻게 그걸 캐치할 수 있겠는가." 이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함께 갔던 미팅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드렸습니다. 팀장님은 전반적으로 잘했다면서도 한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고객의 말을 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가끔은 압도해야 할 때도 있지만, 고객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뒤에 해야 할 말을 해도 늦지 않다." 미팅 목적이 분명할 때 화두부터 던지고 목표지향적으로 흘러가면, 정작 고객의 반응을 살필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돌이켜보면 두 말씀은 결국 같은 얘기였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하고, 잘 듣지 못하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미팅 분위기가 무거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미팅이 훨씬 좋은 인상을 오래 남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영업 실무 (영업 중국어 · 영업 이야기 · 거시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거시경제] 사우디 송유관 복구 시점 ㅡ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0) | 2026.09.18 |
|---|---|
| [거시경제] 미 기준금리 인상(3.75~4.00%) ㅡ 왜 올렸나 (0) | 2026.09.17 |
| [영업 이야기] 어려운 일 (0) | 2026.09.16 |
| [거시경제] 후티반군의 홍해 차단 ㅡ 유가 $107 돌파 (0) | 2026.09.15 |
| [제27회 세계지식포럼] 가짜통계의 함정과 팩트 체크의 기술 (0) | 2026.09.12 |
- Total
- Today
- Yesterday
- 직장인 중국어
- 영업이야기
- 직장회화
- 중국어회화
- 중드
- 뉴스중국어
- 중국경제
- 이지파생활
- 비즈니스중국어
- 중국어 공부
- 중드공부
- 중드추천
- 영업 이야기
- 영업중국어
- 중국어협상
- 직장중국어
- 세계지식포럼
- 중드 회화
- 생활중국어
- 거시경제
- 중국어공부
- 직장인중국어
- 넷플중드
- 비즈니스 중국어
- 부동산
- 가족대화
- 비즈니스중드
- 중드회화
- 해외영업
- 일상중국어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
| 6 | 7 | 8 | 9 | 10 | 11 | 12 |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 27 | 28 | 29 | 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