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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업무 중 발견한 뜻밖의 환율

요즘은 사업계획 검토에 바쁜 나날들이다. 중동 정세는 급박해지는데 수요는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 탓에 당장 10월도 추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머리가 아프다. 가격 인상에 힘을 싣기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판매 수량이라도 수성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어느 방향이 최선일지 고민이 길어지는 시기다.

그러다 문득 오늘의 환율을 확인했다. 원화도 근래 최저치였는데, 엔화가 약세 중 약세였다. 최근 가족여행으로 오사카를 다녀왔을 때만 해도 100엔당 약 870원이었는데, 어느새 850원 아래로 내려왔다니. 12월에도 공교롭게 일본 여행이 예약되어 있는 나. 그래서 지금 환전해 말아? 이거 언제까지 유지되는 거야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생겼다 ㅎㅎ

1. 원화와 엔화는 왜 이렇게 움직였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원·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의 상대적인 가치에 따라 결정되니, 엔화가 약해지는 것뿐 아니라 원화가 강해지는 것 역시 환율 하락의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호조와 무역수지 개선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일본은 고유가에 따른 수입 부담과 미·일 금리 차이 등이 엔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즉, 이번 원·엔 환율 하락은 엔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화는 강해지고 엔화는 약해지는 흐름이 겹치면서 100엔당 840원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2. 842원이 며칠간 유지되면 저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

환율이 며칠 동안 비슷한 수준에 머물면 이제 충분히 떨어졌고 반등할 때가 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며칠간 가격이 유지됐다는 사실만으로 저점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환율은 특정 가격에 도달했다고 자동으로 반등하는 것이 아니다. 원화 강세가 계속되고 엔화 약세 요인이 유지된다면 842원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반대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거나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반등할 수 있다. 오늘 외국인 순매도세가 거세지며 장 중 코스피가 5000까지 폭락했는데, 이렇듯 (1)외국인 자금 유출이 거세지면 원화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2) 반도체 수출이 반대로 둔화되면 약세로 돌아설 수 있는데,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세 자릿수로 찍은 이 흐름에서, 반도체 수출이 갑작스럽게 쪼그라들기도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3) 미국 금리가 높게 유지되거나 글로벌 불안 심리로 달러 선호도가 커지면, 원화가 떨어질 확률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강달러로 갑자기 돌아서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율이 며칠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했는지가 아니라, 그 환율을 만들어 낸 원인들이 바뀌고 있는지다.

3. 그렇다면 하루 만에 870원까지 반등할 수도 있을까?

842원에서 870원으로 오르려면 약 3.3% 상승해야 한다. 주요 통화의 환율이 하루 만에 이 정도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큰 변동이다.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하루 변동을 전제로 기대할 움직임은 아니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급격히 커지거나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환율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여기서도 원화와 엔화의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한다. 원화만 약해지고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해지면 원·엔 환율은 더 크게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원화와 엔화가 모두 약해진다면 어느 통화가 더 크게 약해지는지에 따라 환율 방향이 달라진다.

 

4. 한번 870원까지 오르면 다시 내려오기 어려울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환율은 한번 오른 가격이 고정되는 자산이 아니다. 상승을 이끌었던 요인이 사라지거나 반대 방향의 힘이 강해지면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동 위험이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는 동시에 한국의 수출 호조가 이어진다면 원화 강세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강해지면 원·엔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수도 있다.

따라서 870원은 반드시 다시 내려오기 어려운 가격도, 무조건 다시 돌아갈 가격도 아니다. 환율의 방향은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를 만들어 낸 경제적 조건에 달려 있다.

5. 12월 일본 여행을 앞두고 지금 환전해야 할까?

현재의 환율이 12월까지 유지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당연히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환율이 더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도 아니다. 주식처럼 분할매수가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환율이 더 내려가면 남은 금액을 유리한 가격에 환전할 수 있고, 반대로 반등하더라도 이미 확보한 금액만큼은 현재 환율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할 환전이 가장 낮은 환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환전 수수료와 실제 적용 환율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842원이 12월까지 유지될지, 아니면 그전에 870원으로 돌아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환율을 살펴보면서 알게 된 것은 분명하다. 환율 추이를 계속 지켜보겠지만, 일본 금리 결정이 10월 30일 (금)에 나올 예정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11월 3일 (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0월 중으로 한 번 환전을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12월 여행 전까지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계속 지켜보면서 최대 효율을 뽑을 수 있는 환전을 해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