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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요일 밤, 부동산 라이브를 하나 보고 있었다.
대개 댓글에 현재 자산 수준이나 부부 합산 소득, 가지고 있는 집, 매수를 고민하고 있는 매물 등을 적어서 의견을 물어보면 그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내용을 들을 수 있는, 평소에도 가끔 듣던 라이브였다.
그런데 어제 따라 유독 여러 사연들이 눈에 들어왔다.
1. 부동산 라이브를 보며 느낀 조급함
우선 부부 합산 소득이 1,000만 원 정도인 경우가 많았다. 이미 한 번 집을 매수해서 자산을 만든 뒤, 더 좋은 지역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와,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조급해졌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사연이 하나 있었다.
청약에 당첨돼 5억 원 정도를 넣었는데 현재 집값은 4억 2천만 원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모아둔 돈은 2억 원에서는 오히려 -8천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집을 팔고 다른 곳에 1억 원 이상 갭투자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질문이었다. 채널 주인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없다 강조하며 갭투자는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조언했다. 또 거기에 더해서 그 매물을 팔고 다른 걸 사기엔 모아놓은 돈이 너무 적고, 대출 가능한 수준을 고려해 보면 선택지가 너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요즘 부동산 시세를 보면 당연한 사실이니까. 근데 문제는 그걸 보면서 내 마음이 복잡해졌다는 사실이겠지
나에게는 지금 2억 원의 자산도 없고, 오빠도 사실 상황이 좋은 게 아니니까. 아직 결혼을 한 것도, 집을 사야 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우리의 출발선이 이미 많이 뒤처져있구나 ‘ 체감이 되었달까
둘 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워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조급했던 이유는 단순히 ‘남들이 나보다 돈이 많아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2. 부동산 갈아타기에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는 본질
부동산은 결국 시간이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집을 사고, 그 집의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또 그 자산을 바탕으로 더 좋은 집으로 이동하고. 결국 20억, 30억짜리 집을 사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 집을 살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첫 매수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 이후의 시간도 계속 늦어지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드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나는 어느새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고, 주변에서도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가까이에서 실제 사례들을 보고 있기도 하다.
작년 부동산 규제가 막 시작되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지금 집을 사야 한다며 매수한 동생네 집, 그리고 경매로 낙찰받은 지인의 집도 모두 4억 원 정도 오른 듯하다. 사실 자세히 검색해보진 않았는데 참으로 무심하지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여유가 없는 상황이니까 ㅎㅎ
그러다 보니 문득 허무해졌다.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려가는 것만으로는, 몇 년 새에 몇 역씩 움직이는 자산 가격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건 아니구나. 열심히 사는 것과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는 정말 별개 그 자체구나.
그게 조금 허무했다.
그렇다고 당장 집을 사는 게 맞는 건 아닌 거 같은데 하루에도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ㅎㅎ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선택인지, 지금 시장에서 매수하는 것이 맞는지, 결혼 이후의 자금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생각할 것도 너무 많다.
결국 내가 무서웠던 건 ‘지금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보다도, 내가 출발하는 시점 자체가 너무 늦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3.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일상을 살아내는 일
그런데 결국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매달 생활비를 관리하고,
먹고 싶은 것을 조금씩 조절하고,
저축을 계속하고,
작게라도 투자하면서 돈을 굴리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내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이런 것만으로 충분한가 싶다. 조금 더 해야 하는 건 아닐까. 방향을 잘못 잡은 건 아닐까.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초 단위로 돌아간다.
본질적으로 지금 당장 바뀌는 건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어제는 조금 억울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 때문에 내 기분까지 망쳐야 하나 싶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남의 자산과 내 자산을 비교하는 게 의미 없다는 것도 알고, 각자의 출발점과 시기가 다르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머리로 아는 것과 감정이 따라오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다행히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마음은 가라앉았다.
4. 그리고 생각해 보니 한 가지 달라진 것도 있다.
예전의 나는 부동산을 정말 잘 몰랐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공부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냥 틀기만 해도 되는 영상을 보는 것도 마음이 고됐고, 책을 펴는 건 더더욱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다 보니 부동산 이야기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울 지역구도 제대로 몰랐던 나는 어느새 부동산 관련 규제를 알고 거시경제를 공부하고, 스스로 궁금한 게 생기기 시작하면서 직접 찾아보기까지 되었다ㅎㅎ
아직 내가 어떤 집을 언제 사게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 당장 매수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조금 더 기다리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뫼비우스의 띠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하면서, 공부하고, 돈을 모으고, 투자하고, 내 삶을 살아가면서 나에게 맞는 시기를 찾는 것.
아마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그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아주 많이 든다 ㅎㅎ
남들은 저만큼 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출발선에 서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 또 생각한다. 조금 더 뭘 해야 할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그리고 결국에는 다시 돌아온다.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까, 일단 조금 더 알아가 보자고.
불안하고, 답답하고, 조금 무력하기도 한데 그 와중에도 나만의 길을 찾아보려고 계속 애쓰고 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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