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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상승장에서도 떨어지는 아파트 단지가 있을까?

 

요즘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작은 세대수 아파트에도 수요가 몰리며 연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도리어 지금 형국에서도 오르지 않는 아파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ㅎㅎ 그렇다면 가격이 되려 하락하는 아파트도 있을까? 보통 서울에 자가가 있다고 함은, 근로소득 상승 추이보다도 더 빨리 오르는 자산이 있다는 생각으로 거의 자동 연결되어서 '부자'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진짜 떨어지는 아파트가 있을까? 있다면 왜 떨어질까? 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출발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입지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원구 상계주공,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 창동 동아청솔을 나란히 놓고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상계주공은 대단지이고 역세권이며 재건축 기대도 있다. 창동 삼성래미안 역시 1,600세대가 넘는 대단지에 래미안이라는 브랜드와 역세권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같은 창동의 동아청솔은 비슷한 가격대에서 상대적으로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1. '좋은 아파트'를 구성하는 건 생각보다 많았다

이번에 가장 새롭게 생각하게 된 건 아파트의 상품성이었다.

그동안 아파트를 볼 때 역세권인지, 학군이 좋은지,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지 같은 입지와 투자 요소를 먼저 봤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이 가격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같은 구축이라도 조금 덜 낡았는지, 주차가 편한지, 평면이 괜찮은지, 채광과 일조는 어떤지, 철도나 도로 소음은 없는지, 단지 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 같은 것들이다.

 

  상계주공6창동 창동 삼성 래미안 창동 동아청솔 
연식 1987 1992 1997
규모 2,646세대 1,668세대 1,981세대
교통 노원역 4·7호선 창동·녹천역 창동역 1·4호선
학군/생활 노원 상권 학교·이마트 자운초 + 생활권
주차 구축 0.8대 1.2대
재건축 상당히 구체화 상대적으로 약함 아직 핵심 호재 아님
현재 상품성 낮음 중간 상대적으로 높음
최근 시장 반응 상대적으로 약함 상승 상승 탄력 강함



상계주공은 대단지와 역세권, 재건축이라는 강점이 있지만 오래된 연식과 상품성이라는 약점이 있다. 창동 삼성래미안도 교통과 대단지, 브랜드라는 장점이 있지만 연식과 주차, 철도 소음 같은 실거주 측면의 단점이 있다. 

반면 동아청솔은 엄청난 한 방이 있는 아파트라기보다 1997년식, 대단지, 창동역 접근성, 초등학교, 상대적으로 나은 주차 여건 등 여러 요소가 크게 부족하지 않은 아파트였다. 치명적인 단점이 없고, 모난 곳 없이 육각형인 매물이 더 많은 선택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실제로 눈으로 보니 더 와닿았달까. 

 

생각해 보니 나라도 주차 불편을 감수하면서, 철도 소음을 매일같이 견디면서까지 10억이 넘는 집을 매수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같은 구축이라도 '덜' 구축인 곳에 자연스럽게 선택지를 옮겨 가게 될 것 같았다. 생각보다 '상품성'이라는 게 중요하구나, 당장 신축으로 가지 못한다면, 같은 입지 조건에서는 실거주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지로 수요가 수렴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인데, 이렇게 직접 매물을 나란히 비교해서 놓고 보니 더 체감이 되었달까. 

2. 입지보다 더 중요한 건 '큰 구멍이 없는가'

결국 아파트를 구성하는 요소는 입지와 상품성, 그리고 희소성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입지는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다. 교통, 직주근접, 학군, 상권, 개발 같은 요소가 들어간다.

2) 상품성은 그 자리에 어떤 집이 만들어져 있는가의 문제다. 연식, 평면, 주차, 채광, 소음, 관리상태처럼 실제로 살아보면서 체감하는 것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3) 희소성은 같은 가격에서 이런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집이 얼마나 있는가의 문제다.

결국 좋은 아파트란 모든 항목에서 1등인 아파트라기보다, 큰 단점이 없으면서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아파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승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육각형에 가까운 아파트에 수요가 먼저 붙는 것 같다. 돈이 풀린다고 모든 아파트 가격이 똑같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같은 가격대에서 사람들이 비교하다가 상대적으로 덜 부족한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3. 그래서 앞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가'를 봐야겠다

오늘 공부하면서 가장 가져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비슷한 가격에서 이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주거상품이 얼마나 있는가?”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했을 때 단순히 “역세권이고 대단지니까 수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10억 원으로 비슷한 역세권에 비슷한 연식, 비슷한 평형, 비슷한 주차와 학군, 비슷한 생활환경을 갖춘 아파트를 몇 개나 살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대체재가 많다면 매수자는 급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같은 가격에서 비슷한 조건을 갖춘 아파트가 거의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급지라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된다. 단순히 유명한 동네라서 가격이 높은 것이 아니라, 비슷한 가격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주거상품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오늘까지의 공부를 통해 부동산을 볼 때 “여기가 어느 급지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 가격에 이 정도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승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아파트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같은 시장에서 오르지 못하는 아파트를 함께 보면 사람들이 어떤 조건에 돈을 쓰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