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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심히 산다.
이건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가깝다.
노력을 최대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거나, 어중간하게 노력해놓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스스로 혼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사는 것과 나를 다 써버리는 것은 같은 말일까?
처음에는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오래 걸렸다.
익숙한 과장님이 한 시간이면 끝내는 일을 나는 세 시간씩 붙잡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더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업무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내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더 복잡한 일이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문제는 내가 성장한 만큼 여유가 생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그만큼 내가 맡게 되는 일도 늘어났다
처음에는 내가 보조하던 일이 어느 순간 내 책임이 되었고, 내가 판단하고 운영해야 하는 업무도 하나둘 늘어났다.
그 과정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세 시간이 걸리던 일을 두 시간, 한 시간 반으로 줄이고, 어느 순간에는 익숙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
그게 나에게는 꽤 분명한 성취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유는 생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일을 못해서 바쁜 줄 알았다. 그래서 일을 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조금 여유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만큼, 해야 할 일도 같이 늘어났다. 업무를 운영할 수 있는 케파가 커지자 그만큼 더 많은 업무가 들어왔다.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누군가가 처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조금 움직이면 더 빨리 해결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먼저 나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내가 회사를 대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한다.
- 내가 할 수 있으면 한다.
-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진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 방식이 실제로 나를 성장시켜주기도 했다.
이제는 회사 밖의 삶도 중요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달라졌다. 결혼을 생각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재테크와 부동산에도 관심이 생겼다.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 퇴근 후에도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러닝을 주 2회, 많으면 4회 정도 했고, 중간중간 필라테스나 발레, 바레 같은 새로운 운동에도 도전했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것 역시 나를 돌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더 심화된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운동뿐 아니라 내 돈, 커리어,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꾸준히 하지 못할까?
부동산 공부도 하고 싶고, 재테크 공부도 하고 싶었다. 예전에 끊어놓은 부업 강의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꾸준히 되지 않았다. 어떤 주에는 퇴근하고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어떤 주에는 강의는커녕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또 작심삼일인가?’ ‘나는 왜 이렇게 꾸준히 못 하지?’ 그런데 최근에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의지가 아니라 에너지의 문제 아닐까?
회사에서 120%를 쓰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회사에서 120%를 쓰고 돌아온 날과, 80% 정도만 쓰고 돌아온 날의 나는 당연히 다르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퇴근 후의 나에게도 별도의 에너지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소진된 날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반대로 회사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날에는 퇴근 후에 공부도 하고 운동도 했다.
패턴이 너무 명확했다.
의지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이미 소진되어 있었던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쓰면서도 조금 웃긴다. 그런데 막상 그 상황에 있을 때는 그걸 잘 몰랐다.
그래서 주변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일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바쁘지?’
나는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먼저 움직이고, 누군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으면 내가 확인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당일에 끝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왜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이 일하다가 겨우 퇴근하지?’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이 조금씩 일찍 퇴근하던 날에도 나는 간신히 정시퇴근을 했다. 그날 문득 생각했다. ‘이건 회사가 나에게 강제로 시킨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내가 스스로 만든 패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0%로 일한다’는 것은 대충 일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회사에서 80%만 일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연습해보려고 한다. 성과를 80%만 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에너지의 80%만 회사에 쓰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모든 문제를 즉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
내가 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을 내가 가져오지 않는 것. 긴급하지 않은 일을 굳이 오늘 해결하지 않는 것. 그리고 퇴근 후의 나에게도 에너지를 남겨두는 것. 그런데 이것 역시 마음먹는다고 바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내가 해보려는 ‘3단계 지연법’
앞으로 일이 생겼을 때 바로 움직이기보다,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다.
① 이게 정말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일인가?
내 담당 업무라는 것과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②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인가?
오늘 하지 않으면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인지 생각해본다.
아니면 단순히 내가 빨리 끝내고 싶어서 오늘 처리하려는 것인지 구분한다.
긴급하지 않다면 내일 해도 된다.
③ 내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누군가가 처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움직이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도 당장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바로 그 자리를 채울 필요는 없다.
기다리는 것도 업무의 일부일 수 있다.
최선을 다하는 방식도 바뀔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꽤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회사에 쏟아붓는 것. 그게 성실함이고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내 삶 전체를 놓고 최선을 다하려면, 회사에 120%를 쓰는 것이 오히려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회사에서 조금 덜 소진되어야 퇴근 후에 운동을 할 수 있고, 부동산 공부도 할 수 있다. 재테크를 공부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도 있다.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까지도 앞으로의 나에게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아직 나는 회사에서 80%만 일하는 법을 잘 모른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먼저 나서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다. 그래도 이제는 그 순간에 한 번쯤 멈춰보려고 한다.
‘이건 정말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인가?’
예전의 나는 최대한 많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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