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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구역의 집을 사려면 4개월 내 들어가야 하는데, 세입자가 있다면?

 

최근 부동산 정책을 보다 보면 집을 사는 것보다 집을 사도 되는 조건을 공부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지, 실거주 의무는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세입자가 있다면 어떻게 되는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또 하나의 예외를 만들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수하면 원칙적으로 4개월 이내에 입주해야 하지만, 세입자가 있는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5월에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유예 대상을 확대했고,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도 갱신기간까지 실거주를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 1일부터 시행되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3년 3개월까지 입주 시점을 미룰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다.

토허제의 기본 취지는 명확하다.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하고, 실제 거주할 사람만 주택을 살 수 있도록 해서 집값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세입자가 있는 집을 선택하면 4개월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거래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예외를 만든다.

그런데 예외를 만들었더니 이번에는 기존 임대차계약뿐 아니라 갱신계약까지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토허제는 정말 투기수요를 막아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는 걸까?

숫자를 보면 조금 복잡해진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3,012건이었다. 올해 4월 8,896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6,011건, 6월 5,277건, 7월 4,618건으로 계속 감소했고, 4월 고점과 비교하면 무려 66.1% 줄었다. 토허구역으로 묶인 이후 거래 신청 자체가 상당히 위축된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집값은 내려가지 않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 739만 원, 중위 매매가격은 12억 9,167만 원까지 올라왔다. 8월 서울 아파트 가격도 전월 대비 1.14% 상승했다. 물론 집값 상승이 토허제 하나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출 규제, 금리, 공급 부족에 대한 기대, 세제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거래를 어렵게 만든다고 해서 가격이 반드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래할 수 있는 주택과 매수자의 범위가 제한되면서 시장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규제가 언제 풀릴지, 풀리면 가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면 실제 수급보다 심리가 가격에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원유 시장을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 쉽다.

원유가 당장 부족하지 않더라도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거나 앞으로 원하는 만큼 원유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면 가격은 실제 부족분보다 먼저 움직인다.

주택도 비슷한 면이 있다.

집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에서 거래 가능한 주택과 매수자의 범위를 정책으로 제한하면 시장에서 체감하는 공급은 달라진다. 여기에 “지금 안 사면 나중에는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닐까”라는 기대가 붙으면 가격이 쉽게 안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를 보면서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규제를 계속 보완하는 것이 실수요자에게는 득일까, 실일까? 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고 싶은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분명 선택지가 늘어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을 사기 위해 규정을 하나씩 찾아보고, 예외조건을 확인하고, 실거주 시점까지 계산해야 한다.

무엇보다 토허제의 본래 목적이 투기수요를 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면, 거래 신청이 66% 넘게 줄었는데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3억 원에 가까워진 지금의 모습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투기수요를 얼마나 걸러냈는지는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 월급이나 근로소득, 금융자산이 1년에 20~30%씩 늘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서울에서 같은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은 몇 년 사이 그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났다. 결국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복잡한 규정을 공부하는 능력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시장과 감당할 수 있는 가격 아닐까.

토허제가 투기수요를 제한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을 수는 있다. 다만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이 실제 주택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에 정부가 또 하나의 예외를 만든 것이 단순한 보완책인지, 아니면 토허제라는 제도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