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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지난달 초만 해도 1559원까지 찍으며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걸 생각하면, 한 달 반 만에 170원 넘게 빠진 셈인데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400원선까지 무너지면서 달러 매도 물량이 더 늘어날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빠질 리는 없다고 생각해서, 최근 관련 뉴스를 쭉 찾아봤습니다.

달러 공급이 늘어났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달러가 시장에 풀리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큰 원인이 아니라, 여러 작은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겹쳐서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7월 SK하이닉스가 미국예탁증서(ADR)를 발행하면서 그 대금을 환전한 것부터 시작됐는데요. 해외에서 조달한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 규모만큼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난 셈입니다. 8월엔 기업들의 법인세 중간예납 환전 수요가 이어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주주환원을 진행하면서 추가 환전 수요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 수급은 여전히 변수입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순매수한 달은 단 두 달 뿐이었고, 최근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채금리·유가상승이 겹치며 9월에도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업체들의 달러 판매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원래는 한 달 치 대금을 모아뒀다가 월말에 한꺼번에 원화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엔 환율이 계속 떨어질 거라는 예상 때문에 받는 즉시 바로바로 파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처럼 월말에만 몰리던 달러 매도 물량이 이제는 매일 꾸준히 시장에 나오면서, 환율이 반등할 틈 없이 계속 눌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될 거라는 기대가 커졌고, 이게 글로벌 달러 약세로 이어진 것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습니다. 다만 환율이 워낙 빠르게 떨어지자 "지금이 싸다"며 저가 매수에 나서는 수입업체들도 있어서, 낙폭이 일부 완충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났습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환율이 한 방향으로만 쭉 미끄러지지는 않는 셈입니다.

엔화도 강세로 돌아섰다는데, 이건 조금 다르게 봐야 했습니다
G20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일본은행이 조기에 금리를 올릴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이건 아직 기대감 단계입니다. 더 최근 기사를 보면 일본이 여전히 한국·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게 엔저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즉 지금 원/엔 환율이 떨어진 건 엔화 자체가 강해져서라기보다, 원화가 여러 통화 대비 전반적으로 강해지면서 나타난 효과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실제로 6월 말 100엔당 954원이던 원/엔 환율은 8월 말 860원까지 떨어졌는데, 이 흐름 대부분이 원화 강세 쪽에서 설명된다는 뜻입니다. 진짜 엔화 반등은 일본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려야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뉴스 제목만 보고 "엔화가 강해졌다"로 넘기면, 정작 그 뒤에 있는 원화 자체의 힘을 놓치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 흐름이 갈까
대신증권은 연내 1350원까지 추가 하락 가능하다고 봤고, 연말까지 등락 범위를 1350원에서 146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하이닉스 ADR 환전이나 법인세 중간예납처럼 일회성·계절성 요인이 상당 부분 섞여 있어, 이 전망도 확정은 아닙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스케줄이 끝나거나, 외국인 자금이 다시 방향을 바꾸면 흐름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현실화되거나 국제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 달러 수요가 살아나면서 환율이 반등할 여지도 있습니다.

오늘 확인한 걸 정리하면
환율 하나를 이해하려면 한미 금리차 같은 큰 그림만 봐서는 부족하고, 기업의 배당·환전 일정, 외국인 자금 흐름, 이웃 나라 통화 움직임까지 같이 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뉴스에 나온 표현 하나도 그게 이미 확정된 사실인지, 아직 기대감 단계인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