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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특별히 대단한 일을 했다기보다, 마감에 맞춰 돌아가는 루틴 업무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걸 느낍니다. 최근 유가가 90달러까지 오르고 그 수준이 한동안 유지되면서 원가 압박은 뚜렷한데, 정작 수요 회복세는 더딥니다. 문의가 늘거나 오더를 확정하는 고객이 많아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가격을 올려야 하는 부담만 먼저 밀려오는 시기입니다.
그런 와중에 오래 끌어온 일 하나를 추진해보고 있습니다. 기존 거래선 하나를 직거래 대신, 일 잘하는 새 대리점 체제로 넘기는 작업입니다.
사실 이 거래선을 직거래로 가져오는 것도 하루아침에 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반년 가까이 걸렸는데요. 첫 분기는 경고와 협의만 오갔고, 두 번째 분기를 기점으로 마음을 굳혀 실제로 추진했습니다. 이유는 명확했는데요, 기존 대리점 사장님이 은퇴를 앞두고 영업 의지가 낮았고, 시장 정보 전달도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한 푼도 잃지 않겠다"는 태도로 자주 부딪혔습니다. 통관 수수료가 생기면 이의를 제기하고, 납기가 늦어지면 보상을 요구하는 식이었어요. 고객과 긴장해야 할 시간에 같이 일하는 파트너와 긴장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손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에만 국한된 소모적인 대화들이 오가면서, 고객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더 나아가 MS를 확장할 수 있는 생산적인 토의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하면서 시너지가 나지 않는데, 그 결실이 잘 맺힐 수가 없다는 것도 너무 명확했습니다.
이번엔 그 반대 방향, 다시 대리점 체제로 넘기는 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명분을 정리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외부 영업만큼 중요한 게 내부 영업이라는 점입니다.
이걸 크게 느꼈던 계기가 예전 신소재 사업을 담당했을 때였습니다. 다들 "중국 시장 규모가 이렇게 큰데 왜 우리가 진입을 못 하냐"라고 물었지만, 그에 대해서 더할 나위 없이 공감하고 있었음에도 왜 어려운 지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설명과 설득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익숙한 사업은 B2B인데, 그 시장은 B2C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최종 소비자 제품이다 보니 애프터서비스에 품이 많이 들었고, 그만큼 인력도 더 필요하고 제품 개발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낮아 중소형 공급사가 수십 개나 있어 가격 경쟁이 치열했고, 정작 중요한 건 제품 품질보다 샘플 테스트 후 얼마나 빠르게 개선해 주는 기술 지원이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를 내부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해봤는데 안 됐다"는 말만 남고 이에 대한 컨센서스가 부재한 안타까운 상황이 되더라고요.
예상되는 내부 영업의 어려움은 사실, 회사 내부 분위기는 여전히 직거래가 맞다는 컨센서스였습니다. 이미 대리점을 정리하고 직거래로 전환한 것도 저였으니, 이제 와서 다시 대리점을 넣자고 하면 앞뒤가 안 맞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왜 지금, 굳이 대리점을 다시 투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저만의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이 후보 대리점은 이미 저희 모기업과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며 매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고, 천연고무 관련 환경 규제 실사에도 함께 동행해 준 이력이 있었습니다. 새로 관계를 쌓아야 하는 곳이 아니라, 이미 밀착 관리가 가능한 기반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둘째, 지금의 결제 조건보다 더 유리한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 저희 쪽 자금 순환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셋째, 오랫동안 진척이 없던 신규 그레이드 테스트도 이 대리점을 통하면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이 대리점은 저희 모기업의 다른 제품들을 매년 여러 종류씩 받아 테스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고, 구매 담당자뿐 아니라 기술 쪽에도 이미 접점이 있었습니다. 저희 혼자였다면 뚫기 어려웠을 내부 침투 경로가 열려 있었던 셈입니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닙니다. 지금은 근거를 정리해서 보고를 준비하는 단계고, 보고 이후에도 새 대리점의 실제 역량을 검증하고 기존 거래선을 정리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내외적으로 소통과 설명에 능해야 하는 게 영업에서 꼭 필요한 태도이자 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ㅎㅎ 앞으로도 이어서 기록을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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