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올렸습니다.

"왜 이번에도 또 올렸지?" 하는 궁금증에 기사를 찾아봤는데, 정작 눈에 들어오는 건 빚투나 가계대출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뿐이더라고요. 정작 이 금리가 왜 올랐는지는 기사만 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과(가계 부담)만 계속 보여주니, 정작 원인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물가는 실제로 얼마나 올랐나
하나씩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뉴스에서 말하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뜻하고, 이게 사실 "인플레이션"과 같은 말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물가상승률 = 인플레이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한은 목표치(2%)를 한참 웃돌았고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그런데 물가 하나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률 전망이 3.3%로 상향 조정됐고, 가계부채는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성장, 물가, 부채가 동시에 자극받고 있는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신현송 총재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겠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지금 작은 조치로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조치가 필요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결정문에는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계속 유의하겠다는 문구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성장이 좋은데 왜 브레이크를 걸까"
처음엔 이게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원리를 알고 나니 직관적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소비력이 늘어서"라기보다는, 경제가 과열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면 기업들의 생산 여력(공급)보다 돈이 도는 속도(수요)가 더 빨리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잘되면 관련 기업·근로자 소득이 늘고, 그 늘어난 소득이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데, 이 속도가 국내 생산·공급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면 "돈은 많은데 살 물건은 그만큼 안 늘어난" 상태가 되면서 가격이 오릅니다. 성장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그 속도가 과열되면 금리라는 브레이크가 걸리는 거였습니다. 성장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려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몸에 열이 나면 스스로 땀을 내서 체온을 낮추듯, 경제도 한쪽이 과열되면 다른 쪽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거는 유기적인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미국은 왜 동결만 하고 있을까
미국도 한국과 같은 배경((1) 고유가, (2) AI발 실물 인프라 투자 수요)으로 물가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데이터센터·전력망·반도체 공장 같은 대규모 실물 투자가 전력과 원자재 수요를 밀어 올리면서, 물가를 자극하는 변수로 꼽히고 있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압박과, 정작 물가 데이터가 (인상 쪽 근거를 만들어내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면서, 연준은 그 사이에서 동결로 시간을 벌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인상이 필요하다는 신호는 쌓이는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한미 금리차, 그리고 이게 왜 중요한가
한국이 3%로 오르면서 격차는 상단 기준 0.75% p로 좁혀졌습니다. (미국 3.5~3.75%) 격차가 좁혀지면 원화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조금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최근 원화 강세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두 나라 중앙은행이 각자 국내 사정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도, 결국 그 결과가 환율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거시경제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예전에는 "집을 사기에 적절한 시점"이란, 주식처럼 언제가 저점일까를 노려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결정 요인이 외부에 있었던 셈이죠. 그런데 경제 공부를 하다 보니 그 대출을 실행했을 때 금리가 올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지, 상환 여력을 미리 늘려두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반대로 들었습니다. 1~2년 안에 1~2억을 급하게 모은다고 해도, 집값이 오르는 속도는 늘 그보다 빠르니까요. 시점을 맞추려는 시도보다, 언제 금리가 오르든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게 더 확실한 전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