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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하루 이틀 한 건 아닌데, 비즈니스 메일이니 어느 정도 격식체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갖고 있었더라고요 ㅎㅎ

신입 때부터 지금까지 큰 의심 없이 이어온 습관인데, 초안을 수정하고 검토하다 보면 갑자기 문장이 너무 길어져서 저조차 길을 잃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최근에 상황을 공유하는 메일을 쓰는데,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는 거예요. 메일 첫 줄이 이거였거든요.

 

"Hello, I am writing this email to update you with the recent raw material dynamics changes that could affect our current negotiation."

 

호흡은 왜 이렇게 긴지, 어찌어찌 읽긴 읽었는데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떻다는 건지 그 의도조차 한 번에 읽히지 않는 이 문장에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났습니다ㅋㅋㅋ 저도 매번 바쁜 와중에 메일을 받는 처지라, 읽었을 때 한 번에 눈에 안 들어오는 메일이 정말 읽기 힘들거든요. 비슷한 메일이 오면 읽기도 전에 이미 집중력이 소진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으니까요.

 

'그냥 갖다 버릴까? ^^' 하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쁜 시간에 이 메일을 받았다고 상상해 봤거든요. 한 번에 의미가 안 들어오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사실, 제가 메일을 받을 때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었습니다. 핵심이 바로 안 보이고 길게 늘어지는 문체,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자꾸 돌려 말하는(beat around the bush) 어제. 이런 메일을 받으면 저는 본문을 두 번, 세 번씩 다시 읽으면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를 속으로 되뇌었던 거 같아요 (어쨌든 장사는 해야 하니깐요)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그냥 "요즘 원자재 시장이 좀 특이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정도였는데, 격식을 차리려다 보니 문장이 자꾸 길어지고 단어도 괜히 어려운 걸 골랐습니다. dynamics? affect our current negotiation? 이걸 굳이?

그래서 이렇게 다시 썼습니다.

"Hello, I am writing this email to inform you of a somewhat unique situation in the market."

 

훨씬 짧고, 훨씬 눈에 잘 들어와서 이거다 싶더라고요 ㅎㅎ. 격식체 = 복잡한 단어와 긴 문장이라는 공식을 저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작 필요한 건 정확한 전달이었는데, 저는 그래도 비즈니스 메일이니 "격식 있는 표현"을 쓰려고 애쓰고 있었던 거죠. 그것도 제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로요.

 

그 뒤로 궁금해져서 메일함을 뒤져 예전에 보낸 것들을 몇 개 다시 열어봤는데, 비슷한 사례가 한둘이 아닌 거예요? 그때도 분명 간결하게 쓰려고 미사여구를 여러 번 걷어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에요. 이 정도면 그냥 우연이 아니라 제 안에 자리 잡은 오래된 습관이었다는 뜻이겠죠. 마치 제가 "격식체 단어장"이라도 따로 갖고 있었던 것처럼, 어려운 단어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왔습니다. 마무리 인사도 늘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should you have any further questions or concerns"처럼 길게 썼더라고요. 그냥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하면 될 걸, 왜 굳이 이렇게 썼었나 싶어서 웃겼답니다ㅎㅎ 

 

지금은 "Please let us know if you have any questions"로 줄여 씁니다. 문장이 짧아졌다고 무례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더 명확하게 읽히는 거 같아요, 뭐 안 붙일 때도 많습니다 필요하면 연락이 오기 마련이니깐요. 신기한 건, 문장을 줄였다고 상대방이 저를 덜 정중하게 대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오히려 회신이 더 빨리 오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었어요 

 

메일을 쓸 때마다 매번 이렇게 자각하는 건 아니고, 가끔 예전 메일을 다시 읽다가 "어 이거 왜 이렇게 썼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격식 차리려다 또 이상한 단어를 고를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이번처럼 스스로한테 조금 짜증을 내면서, 다시 지웁니다. 아마 이 습관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 같은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짧아지고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다음에 또 이상한 문장을 발견하면, 그때도 이번처럼 혼자 민망해하면서 조용히 지우겠죠. 그래도 이렇게 한 번씩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저를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가고 있으니깐요. 이런 비슷한 경험 다들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