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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그런데 처음에 이 질문이 들었을 때,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싶었고, 스스로 물가상승'률'과 가격을 헷갈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끼를 밖에서 사 먹는 일도, 배달을 시키는 것도 작년보다 확실히 비싸졌음을 느낀다. 뉴스에서 연일 물가상승률이 상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그래 그래서 물가가 이렇게 고속 상승 중이구나' 싶다. 그런데 반대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물가가 '안정'된다는 생각에 생활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 만 같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면 왜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그대로 머무르는 걸까?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물가 수준과 물가상승률을 구분해야 한다.

① 물가상승률 3%는 무엇을 의미할까

작년에 1,000원이었던 상품의 가격이 올해 1,030원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가격이 30원 올랐으므로 물가상승률은 3%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가상승률이 상품의 현재 가격 자체가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가격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이다.

만약 다음 해 가격이 1,060.9원이 된다면 물가상승률은 다시 3%다. 물가상승률이 동일하게 유지되더라도 가격은 계속 높아질 수 있다.

② 물가상승률이 5%에서 3%로 낮아진다면

이번에는 물가상승률이 5%에서 3%로 낮아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상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상승 속도가 이전보다 느려졌다는 뜻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반면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은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두 현상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뉴스만으로 소비자가 지출하는 금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③ 그렇다면 물가는 언제 실제로 내려갈까?

개별 상품의 가격은 할인이나 공급 증가로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이 하락하려면 여러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흐름이 나타나야 한다.

수요가 위축되거나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 가격 상승 압력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모든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식료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오를 수 있다.

따라서 물가를 분석할 때는 전체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에너지·식료품 등 주요 항목의 움직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④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금리도 내려갈까?

물가상승률 둔화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 금리 인하를 검토할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고 금리가 반드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경기 상황과 고용, 환율, 향후 물가 전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현재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이유가 공급 개선인지, 소비와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인지에 따라서도 경제에 미치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⑤ 물가는 안정된다는데 체감물가는 왜 높을까?

공식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매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종합해 측정한다. 하지만 개인마다 소비하는 품목과 지출 비중은 다르다.

식료품이나 외식비처럼 자주 지출하는 항목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 전체 물가상승률이 낮아져도 소비자는 물가 부담이 여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과거에 오른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에도 생활비 부담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물가상승률의 둔화는 가격 상승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이지, 과거의 가격 인상이 되돌려졌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마무리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보다 세 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물가상승률이 얼마나 낮아졌는가. 둘째, 어떤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했는가. 셋째, 임금과 소득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고 있는가.

물가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가격이 오르는 속도와 실제 가격 수준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지표의 변화가 가계의 생활비와 구매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