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6년 2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다수의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두 달간 발이 묶이는 일이 벌여졌습니다. 

원유 가격이 순식간에 치솟았고, 그 여파로 납사와 에틸렌까지 연쇄적으로 폭등했습니다. 공급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순식간에 패닉 바잉으로 번졌습니다. 

 

고객사들의 반응은 두 개로 나뉘었는데요 , 

지금 당장 오더를 확정하고 싶어 하는 쪽과, 인상폭이 너무 가팔라서 일단 지켜보겠다는 쪽. 

그래도 수급 불안 앞에서는 결국 미리 사두려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 시기 제일 힘들었던 건 협상 전략이 아니라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가격이 얼마인가요?' 라는 질문에 저 조차도 답을 몰랐거든요. 원료사가 불가항력을 선언한 상황이라 저희 쪽 원재료 수급 자체가 불투명했고,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원가가 얼마나 반영돼야 하는지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초반엔 이 불확실함 앞에서 몸을 사렸습니다. 

원재료 인상분을 어느정도 반영해야 한다는 감은 있었는데, 그만큼 판매가 인상 추진을 했다 고객사를 잃을까 겁이 났거든요. 

그래서 3우러 한 달은 상황에 끌려다니며 대응하는 데 급급했고,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치며 각종 자료를 만드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인상폭은 적정 수준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채 미온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이건 명백한 실책이었습니다. 원가는 계속 오르는데 판가는 그만큼 못 따라가니,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가 명백한 구조가 되고 있었거든요. 

 

그 실책을 인정하고 나서야 방식을 바꿨습니다. 

22년 러우 전쟁이 전쟁으로 원자재가 급등했던 비슷한 위기 시기라, 그때 원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다시 복기하고, 유가와 정유사들의 인상 프름을 참고해서 저희 원가구조에 하나씩 반영해 봤습니다. 그리고 인상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인상폭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번에 통보하는 게 아니라, 그전부터 "지금 이런 이유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를 단계적으로 깔아 두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처음엔 여전히 걱정이 됐습니다. 우리 쪽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느 걸 먼저 얘기하는 게, 오히려 우리 약점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반대였습니다. 

갑자기 가격을 통보받는 것보다, 시장 분위기를 미리 공유받아 대비할 수 있는 쪽을 고객들은 훨씬 더 편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반발도 있었고 불편한 과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제품을 많이 구매하지 않는 거래처조차 그 정보를 참고해서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다고 나중에 말해주더라고요 

 

그 시기를 지나며 배운 건 이거였습니다.

불확실할 때 몸을 사리는 건 안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상대가 원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지금 상황을 얼마나 투명하게, 그리고 미리 공유하느냐라는 것을요. 확신이 없을수록 침묵하기보다 아는 만큼 먼저 알려주는 게 제가 영업에서 중요하게 지키는 기본자세이자 태도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