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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격 협상을 겪으면서, 가격 인상은 용기만으로도, 정렬만으로도 안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1) 근거를 갖추고 밀어붙일 용기 

한 거래처는 저번 주까지만 해도 오히려 기존 단가에서 50불 낮춰달라고 요청해 온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저희는 정반대로 50불 인상을 추진했습니다. 고객사가 원했던 방향과 저희가 제시한 방향 사이에 100불이나 벌어진 셈이라, 처음엔 당연히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밀어붙이는 대신 차분히 설명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냥 "원재료가 올랐다"는 한마디로 넘기지 않고, 지금 80~90달러대 유가 수준이 원재료 원가를 얼마나 밀어 올리고 있는지, 지난 3월에 겪었던 것처럼 단 2주 사이에도 원재료 가격이 크게 뛸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전쟁 이후 공급사들의 원가 구조상 이제는 여유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걸 하나씩 짚어서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사실 정확한 수치라기보다, 원재료 비중을 저희 원가 구조 비율에 대입해 추정해 본 값이었습니다. 그래도 근거를 갖춘 숫자와 시점을 구체적으로 짚어가며 설명하니, 상대도 그제야 체감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기존 단가 그대로 성약 됐습니다. 인상 자체를 받아낸 건 아니지만, 두 가지는 남았습니다. 가격 인상이라는 화두를 상대 저변에 한 번 심어뒀다는 것, 그리고 기존 단가 수준을 지키면서도 저희 쪽 시장가를 그대로 견지할 수 있었다는 것. 당장의 숫자보다 이 두 가지가 더 고무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사실 시장 상황만 보면 인상을 시도할 틈이 전혀 안 보였습니다. 거래선들은 하나같이 수요가 아직 회복 전이라고 했고, 실제로 성약 속도도 더뎠습니다. 원래는 월초에 30%쯤 성약 되던 게, 이번엔 월 중순이 돼서야 30%를 넘길 정도였습니다. 협의에 여유를 둘 시간적 여력 자체가 없었어요. 현지 공급도, 재고도, 수입 실적도 어느 것 하나 공급자에게 유리한 신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원재료 상황만은 계속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걸 끓는 물속 개구리처럼, 다 익고 나서야 온도 변화를 알아챈다면 이미 늦은 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인상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던져보지도 못했습니다. 이젠 고객들도 전쟁 소식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이 영원히 수요 우위일 리도 없으니 원재료 상황을 미리 알려두는 게 중요하다는 확신이 스스로 섰습니다. 막상 해보니 받아들여지든 아니든 일단 던져보는 것 자체가 시장을 읽는 또 다른 감각을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공급자인 저희는 수요를 시장 변화의 신호로 읽지만, 구매자들은 가격을 시장 변화의 신호로 읽습니다. "지금 가격을 올린다고? 다른 데는 다 안 올리는데?"라는 반응이 나오더라도, 저희가 먼저 인상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대의 향후 구매 전략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팀 전체 목표로 정렬하기  

지금은 9월입니다. 이번 협상 덕분에 10월 목표까지는 시간을 조금 번 셈이지만, 경험상 9월 안에 실제로 가격 인상을 확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시장 전반에 깔려야, 그다음에야 실제 인상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습니다. 담당자들이 각자 "나는 이 거래선을 올려보겠다"는 식으로 각개전투를 하면, 그 개별 성과들을 다 더했을 때 정말 팀 전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건지 예측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보여주기식으로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는 것만큼 신뢰를 잃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전체 거래선을 대형거래선과 그 외로 나누고, 전쟁 전후로 단가 차이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비교해 봤습니다. 그리고 상반기 대형거래선 비율을 기준으로, 대형거래선과 그 외 거래선이 각각 얼마씩 부담해야 목표에 도달하는지 시뮬레이션 두 개를 만들어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전쟁 전 시점과 비교해 보니, 지금 거래선마다 단가 차이가 좀 더 벌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경쟁사들도 비슷한 상황인지 같이 검증해 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번 주는 다른 일들로 바빠서, 이 검증까지는 아직 손을 못 댔지만 곧 이 부분도 확인해서 향후 전략을 설정하는데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한 건의 협상에서는 근거를 갖추고 밀어붙이는 용기가 필요했고, 여러 거래선을 동시에 다룰 때는 그 용기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정렬하는 작업이 필요하더라고요. 매 협상이 아직도 늘 어렵고 치열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오면서 성장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