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월요일부터 17일 목요일까지, 나흘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미팅 자리마다 가격 얘기가 빠지지 않았는데, 가격인상 언급에 방어적인 고객사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당연한 수순이기도 한데, 어떤 고객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무실 구매부에 전화를 걸어 경쟁사 가격을 확인시켜 줬고, 어떤 곳은 위챗으로 받은 견적을 그대로 화면에 띄워 보여줬습니다. 가격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무력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걸 눈앞에서 마주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격만 갖고 맞대응했다면 저는 이미 진 싸움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금요일,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공급사가 가격 인상 공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며칠 전, 수요일과 목요일에 만났던 고객들은 저에게 "그 공급사는..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 피격된 지 일주일, 이제 복구 시점과 그 사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단순히 "언제 뚫리나"를 넘어서, 그 시차 동안 원가와 협상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해 보였습니다. 복구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9월 10~11일 이라크발 드론 공격으로 펌프장 2곳이 파손된 뒤, 아람코는 손상 구간을 우회해 긴급 복구에 들어갔습니다. 이 송유관은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실어 나르며,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이후 사우디 원유 수출의 사실상 유일한 우회로 역할을 해왔습니다. 1단계로 9월 하순(며칠 내)에는 파손되지 않은 설비를 먼저 가동해 전체 용량의 약 50%를 복구하고, 여기에 오만 항구를 통한 아시아행 우회 선적까지 늘려 최악의 공급 절벽은 일단 피하는 그림입니다. 2단..
연준이 결국 금리를 올렸습니다. 9월 16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에서 3.75~4.00%로 0.25% p 인상했습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고, 표결권을 가진 12명 위원 전원이 찬성한 만장일치 결정이었습니다. 여기서 "3.75~4.00%"라는 구간 표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00%처럼 하나의 숫자로 정하는데, 미국 연준은 늘 범위로 발표합니다.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가 정부가 직접 못 박는 숫자가 아니라, 은행들끼리 하루짜리로 돈을 빌려줄 때 시장에서 실제로 형성되는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이걸 정확한 한 점으로 강제할 수 없으니, "이 범위 안에서 움직이게 유도하겠다"는 목표 구간을 제시하는 방식을 씁..
아마도 영업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가격을 올리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깎으려는 고객들과, 서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사들 사이의 가격 경쟁 구도에 놓여 있으니까요. 미팅할 때 가장 지양해야 하는 게 사실 가격 프레임에 매이는 일입니다. "경쟁사 가격이 더 좋아서 쓴다"는 프레임에 한번 갇히면 정말 가격 얘기만 하게 되고, 가격이 높은 쪽을 파는 입장에서는 그 순간 무력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미팅 내내 가격 이외의 것을 얘기하려 하는데, 결국 본질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기분 좋을 때는 표면적인 얘기만 오가서 잘 안 나오다가도, 가격 인상을 논할 때 먼저 "우리가 인상을 해야 한다"는 말로 시작해 시장 상황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면, 오히려 더 직관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
12일, 후티 반군이 홍해를 가로막았습니다.홍해 우회로마저 차단되면서 글로벌 원유 및 석유화학 공급망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실질적인 물량 부족 사태라는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습니다. 그동안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때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홍해 연안으로 돌려 수출하는 안전판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7월쯤에는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9월 10일과 11일 사이 그 유일한 우회로였던 동서 파이프라인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 중단되고,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주요 거점들을 연달아 장악하면서 해상 우회로까지 함께 막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수준..
-알렉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 스쿨 교수) 도입 — 왜 이 얘기가 중요한가 -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근거(연구·데이터)에 기댄다. 하지만 모든 연구가 견고한 건 아니라서, 그 연구가 얼마나 탄탄한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 "진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Truth is not enough)": "모유수유가 IQ에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는 틀리지 않았을 수 있지만, 다른 문맥이나 요인들을 놓치면 더 넓은 맥락을 못 보고 오해로 이어질 수 있음 - 우리의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 내 관점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서 그런 정보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 편향이 아무리 미묘해도 판단을 흔들기엔 충분함 핵심 프레임워크: 오인의 사다리(Ladder ..
1. 효성의 미국 전략 —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선 현지화 - 변압기·차단기 분야에서 조인트벤처 형태로 미국 시장에 진출 - 단순히 기자재만 공급해서는 고객 니즈를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 미국 콴타 서비스(Quanta Services)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기자재 외에 시공·유지보수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제품·서비스를 함께 제공 - 직접 투자, 조인트벤처, 그리고 직접 진출이 어려운 영역은 파트너십으로 채우는 등 로컬라이제이션을 전략의 중심에 둠 2. 텍사스의 장거리 송전 수요 - 텍사스는 수요 대비 발전량이 부족해, 미국 서부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하는 구조 - 거리가 멀어질수록 손실이 커지지만, 초고압으로 보내면 손실을 줄이면서 더 많은 전력량을 보낼 수 있음 - 최근 2년 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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